
“나는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는데, 왜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이 나왔지?”
건강검진 결과지를 들여다보며 당황하신 적 있으신가요?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3명이 겪고 있는 간 질환이 있습니다. 바로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인데요. 음주와 상관없이 비만, 혈압, 혈당 등의 대사 이상으로 생기는 간 질환입니다. 그런데 이 질환이 단순히 간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란?
예전엔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으로 불리던 이 질환은 이제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FLD)’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름이 바뀐 이유는 간단합니다. 술보다는 비만, 고혈압, 당뇨 같은 대사질환과의 연관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죠.
즉,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혈당·혈압이 높고, 중성지방 수치가 비정상이라면 이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아래 다섯 가지 위험 요소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으로 분류됩니다.
- 체질량지수(BMI) 23 이상 또는 복부비만 (남성 90cm↑ / 여성 80cm↑)
- 혈압 130/85 이상 또는 혈압약 복용 중
- 공복 혈당 100 이상 또는 혈당약 복용 중
- HDL 콜레스테롤 수치 낮음 (남성 40↓ / 여성 50↓)
- 중성지방 수치 150 이상 또는 약 복용 중
이 질환이 무서운 이유는 따로 있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단순히 간에 지방이 쌓이는 병이 아닙니다. 최근 발표된 대규모 장기 연구에 따르면, 이 질환을 방치할 경우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57%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는 730만 명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12년간 분석해 진행됐으며, 지방간과 심혈관질환의 상관관계를 정밀하게 추적했습니다. 특히 지방간이 있는 사람이 대사 이상 위험 인자를 여러 개 가지고 있을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예를 들어,
- 위험인자 1개 보유자보다 5개 보유자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배
- 5개를 지속 보유한 경우 최대 2.6배까지 위험 상승
게다가 이 질환이 새롭게 생긴 사람도 기존 환자 못지않게 위험했으며, 반대로 질환이 호전되면 심혈관질환 위험도 16% 감소했습니다.
내가 해당될까? 셀프 체크리스트
실제로 제가 주변 친구들과 건강 상태를 이야기해보면, 운동은 안 하고 외식이 잦고, 스트레스로 인해 수면의 질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 역시 별다른 자각 증상 없이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다음과 같은 항목 중 몇 개에 해당하신다면 꼭 건강검진에서 간 기능 수치를 체크해보시길 바랍니다.
- 자주 피곤하고 무기력하다
- 허리둘레가 남들보다 두껍다
- 공복 혈당 수치가 정상보다 살짝 높다
- 밤늦게 자고, 아침밥은 잘 안 먹는다
- 운동은 주 1회 이하, 또는 아예 안 한다
예방과 관리,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지만, 방치하면 지방간염, 간경변, 심지어 간암까지 진행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심혈관질환과의 연결 고리를 고려하면 조기 관리가 필수입니다.
다행히 이 질환은 식습관 개선과 꾸준한 운동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 (걷기, 자전거, 수영 등)
- 탄수화물 섭취 줄이기 (특히 정제된 탄수화물, 설탕)
- 술은 줄이고, 물 섭취는 충분히
- 건강검진을 통해 정기적으로 수치 확인
- 간 기능 개선 영양제나 의사의 상담도 고려
결론: 조기 발견, 꾸준한 관리가 생명을 지킨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단순한 간 질환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 몸 전체 건강을 위협하는 조용한 시한폭탄입니다. 조기 발견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면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각한 심혈관질환까지 예방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방심하지 말고, 평소 체중·혈압·혈당·지질 수치를 점검해보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지방간도 ‘생활습관병’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